한국
1824년(순조 24) 청나라 사람들이 산삼을 찾기 위해 숨어들어왔다가 식량으로 쓰려고 몰래 산간 지역에 경작하면서 한반도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나라 심마니들이 길목마다 감자를 심어놓고 양식이 떨어지면 비상식량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함경도에서 떠도는 말로 “감자가 강을 건넜다”라는 말이 있다. 청나라 심마니들이 국경을 넘어 감자를 심었다는 뜻이다.
순조 28년, 29년 흉년이 있었는데 감자 종자를 많이 뿌려둔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굶어 죽는 것을 면했다고 한다. 1862년 김창한의 “원저보”에 의하면 순조 32년 7월 전라도 해안에 영국 상선 로드 애머스트 호가 표류했다. 이 상선에 타고 있던 독일 선교사 귀츨라프가 감자 종자와 한문으로 쓴 재배법을 김창한의 부친에게 건넸다고 한다.
칡뿌리, 도라지, 인삼 등이 식품과 의약재로 이용되어 왔기에 뿌리식물인 감자에 대한 큰 거부감은 없었다. 1900년 이후 품질이 개선된 외래종이 도입되며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
재배역사
강원 특별자치도 지역이 감자로 유명하다. 1920년대 초 강원특별자치도 회양군 난곡 면에서 농업연구를 하던 독일인 매그린이 개발한 품종 난곡 1호~난곡5호가 대규모로 재배된 데서 비롯되었다
당시 화전민이 약 35만명이었는데, 기후조건이 감자 재배에 원활했고 다른 작물에 비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았기 때문에 쌀 대신 감자가 주식으로 재배되었다. 이후 량강도의 인구가 늘어나며 강원도보다 량강도 감자가 유명해졌다.
1930년 ‘남작’으로 불리는 신품종이 일본을 통해 들어와 보급되며 많이 재배되었다.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광복 후였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국토가 황폐해졌다. 당장 먹을 먹거리가 부족했고, 농경학자들이 감자를 추천해서 척박한 환경에도 잘 자라는 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1975년 미국에서 육성된 품종인 ‘수미’가 도입되었다. 현재까지 전체 감자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 중반 이후에는 시설을 활용한 내륙의 겨울 재배와 제주도의 가을 재배로 수확기가 연장되었다. 덕분에 연중 신선한 감자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감자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고 여름 더위와 장마에는 약하다. 그 때문에 외국처럼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최근 품종개발이 이루어지며 한국 기후에도 잘 자라는 자주감자, 붉은 감자가 농가에 많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어원
마령서, 북감저라고도 한다. 마령서란 감자를 들어 올렸을 때 말에 달린 방울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는 의미이다.
감저란 본래 사탕수수와 고구마를 가리키던 말이었다. 고구마가 들어오고 60년 뒤에 감자가 전해지자 혼동을 피하고자 ‘북방에서 온 감저’라는 의미로 북감저라 했다. 또 명확히 구분하고자 할 때 전래한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북쪽에서 온 것은 북저, 일본을 통해 온 것은 남저라고 하기도 했다.
영어권에서처럼 한국어에서도 감자와 고구마의 명칭에 대한 혼동은 있었다. 1925년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 등장하는 감자는 오늘날 “고구마”를 말한다. 그러던 것이 호칭이 굳어지며 감자는 감자로, 고구마는 고구마로 불리게 되었다.
이것은 고구마가 저장성이 떨어지며 쉽게 썩는 데다 군것질거리나 별미 정도로 생각된 반면, 감자는 구황작물로 자리잡으며 양식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재배
되심기를 하는 영양번식 작물이다. 수확량의 일정 부분을 저장해 놓았다가 씨감자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지 병충해 위험성이 크고 보관 관리가 어려워서 전문업체에서 구입하여 파종하는 것이 좋다.
고랭지에서 가꾼 것을 씨감자로 쓰면 좋다.
씨감자는 서늘한 산간지방이나 바닷바람이 부는 해안지방에서 재배한 감자는 ‘씨감자 퇴화 현상’이 적어 씨감자로서 적당하다. 가을 감자는 봄 감자와 달리 서늘할 때 재배해서 봄에 씨감자로 쓰면 좋다.
영양
밀가루보다 더 많은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지방과 단백질에 비해 탄수화물 함량이 높다. 철분, 마그네슘과 같은 중요한 무기성분 및 비타민군과 나이아신과 같은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분이 많다.
당분은 낮고 다른 채소들과 달리 불로 조리해도 파괴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효능
같은 양의 쌀밥보다 더 많은 철분이 들어있다. 철분 섭취가 중요한 빈혈 환자에게 좋다.
칼륨은 수박이나 사과보다 4배 이상 많이 들어있다. 그 칼륨이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 고혈압 환자와 당뇨환자들에게 특히 좋다.
한국인들은 염분 섭취가 많기에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
또 칼슘을 포함하고 있어 산성이 강한 육식의 섭취량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도움 된다. 감자는 염증 완화, 화상, 고열, 편도선이나 기관지염에 효과가 있다.
섭취와 활용
삶아서 주식 또는 간식으로 한다.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소주의 원료와 알코올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감자녹말은 공업용 원료로 이용되며 좋은 사료가 되기도 한다.
감자는 설탕으로 간을 할 때, 토마토와 마찬가지로 비타민 B1이 파괴되어 좋지 않다. 감자는 소금이나 된장으로 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칼륨이 소금이나 된장의 나트륨을 배출하므로 합리적이다. 특히, 된장으로 간을 할 경우 된장의 여러 펩타이드가 항산화 작용을 한다.
독성
글리코알칼로이드라는 독성 화합물이 들어있다. 이 중 솔라닌과 차코닌이 주를 이룬다. 일반적으로 잎, 뿌리, 싹, 과실에 함축된 이 화합물들은 포식자들로부터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된 것이다. 껍질 아랫부분 쪽이 가장 많이 함축되어 있으나 고온에서 요리하면 부분적으로 이들을 제할 수 있다.
독의 증상은 심한 두통, 설사, 구토 등이다.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나 감자로 인한 중독은 극히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