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팁(시간관리, 생산성)

피곤해 죽겠는데 하늘은 예쁘고

해올777 2026. 9. 25. 19:34
반응형

 

며칠 전 밤이었다.

나는 피곤했다.

그냥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집에 들어가면 씻는 것도 미루고 소파에 널브러지고 싶은 정도로 피곤했다.

그런데 도서관 책을 반납해야 했다.

 

내일로 미룰까.

 

잠깐 고민했지만 결국 첫째에게 말했다.

 

“도서관 갔다 올래?”

 

그리고 아리도 데리고 나왔다.

아리 입장에서는 횡재였다.

인간이 피곤하든 말든,
책의 반납일이 언제든 말든,

 

밤에 산책을 나왔다는 사실만 중요하다.

 

도서관으로 걸어가다가 바닥을 봤다.

가로등 아래로 우리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첫째와 나와 아리.

실물은 피곤에 절어 있는데
그림자로 보니 또 제법 그럴듯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더니 하늘이 더 그럴듯했다.

구름이 잔뜩 낀 밤하늘 사이로 달이 보였다.

구름 사이로 달빛이 번져서
생각보다 꽤 예뻤다.

결국 휴대폰을 꺼냈다.

한 장 찍고,
조금 당겨서 또 찍고,
다시 한 장.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지금 이 피곤한 몸을 끌고 왜 또 밖에 나왔을까.’

 

싶었는데,

사진을 찍고 있으니 또 좋았다.

참 이상하다.

사진만 보면
딸과 강아지를 데리고 달빛 아래 산책을 나온
제법 평화로운 어느 가을밤 같다.

반응형

실상은

도서관 책 반납하러 나온 피곤한 엄마 1명,
따라나온 첫째 1명,
뜻밖에 야간 산책이 생겨 신난 개 1마리.

 

낭만이란 역시 사정을 모를 때 완성되는 모양이다.

그래도 책은 반납했고,
아리는 산책했고,
첫째와 나는 밤길을 함께 걸었다.

그리고 이런 사진도 남았다.

피곤해서 죽겠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가끔 이런 순간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온 일이 아주 손해 같지는 않다.

물론 집에 돌아온 뒤에는 다시 피곤했다.

달빛은 아름다웠지만 내 체력을 회복시켜주지는 않았다.

그건 파스의 영역이다.

ㅋㅋㅋ

반응형